“GLP-1(오젬픽 같은 비만치료제) 먹기 시작했는데, 뭘 알아야 하나요?”
이건 월마트 AI 어시스턴트 Sparky에게 들어온 실제 질문이에요. Sparky는 월마트가 OpenAI와 협력해 ChatGPT 안에 탑재한 쇼핑 어시스턴트예요. 비타민을 사려는 게 아니었어요. 약 부작용이 걱정됐을 뿐이에요. 그런데 이 대화는 단백질 보충제 구매로 끝났습니다.
월마트가 2026년 3월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Sparky를 통한 최다 구매 품목은 비타민과 단백질 보충제였어요. 흥미로운 건 이 구매들이 “직접적인 구매 의도로 시작되지 않은 대화”에서 나왔다는 점이에요.
키워드 검색은 구매 의도가 높은 고객만 잡는다
이커머스 셀러라면 당연히 “구매 의도 높은 키워드”를 노려왔을 거예요. “프로틴 파우더 추천”, “비타민D 가성비” 같은 검색어요. 이 전략의 전제는 명확합니다. 이미 살 마음이 있는 사람에게 내 상품을 보여주는 거예요.
그런데 월마트 AI 책임자 Daniel Danker가 제시한 데이터는 이 전제를 뒤집어요. AI 대화에서 구매로 이어진 케이스 중 상당수가 “아직 뭘 살지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건강 걱정, 생활 변화, 취미 시작 같은 막연한 질문에서 출발한 거예요.
Danker가 말하는 “가산적 성장”
Danker는 이걸 “가산적 성장(additive growth)”이라고 불러요. 기존 이커머스 채널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잡지 못했던 수요를 새로 만들어내는 거예요.
기존 검색 기반 쇼핑에서는 “GLP-1 부작용”을 검색한 사람이 건강 블로그를 읽고 끝났어요. 쇼핑 전환이 일어날 접점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AI 대화에서는 “그러면 이런 영양제가 도움될 수 있어요”라는 맥락이 자연스럽게 붙습니다. 검색 키워드로는 절대 포착할 수 없던 구매 기회예요.
이건 월마트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Digital Commerce 360의 2026년 보고서를 보면, AI를 통한 구매에서는 기존 검색 기반과 완전히 다른 업체들이 상위권에 올라왔어요. 전통적 이커머스 Top 10에는 없던 의류·액세서리 소매업체 2곳이 AI 커머스 Top 5에 진입했거든요. 새로운 채널이 열리면서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한 거예요.
셀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
첫째, 상품 설명을 “질문에 대한 답”으로 다시 쓰세요. “비타민D 1000IU 120정”이 아니라, “실내 근무가 많은 30대가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가 AI 추천 로직에서 더 잘 매칭돼요. AI는 키워드가 아니라 맥락을 읽거든요.
둘째, 구매 전 단계의 고객 질문을 수집하세요. 리뷰, Q&A, 커뮤니티에서 “이거 사도 돼요?”, “이 상황에서 뭐가 좋아요?” 같은 질문을 모으세요. 이걸 상품 상세페이지의 설명이나 FAQ에 반영하면, AI가 “이 상품이 이 상황에 적합하다”고 판단할 근거가 생겨요.
셋째, 상품 데이터에 맥락을 입히세요. 업계에서 “에이전틱 커머스”라고 부르기 시작한 흐름의 핵심은, AI 에이전트끼리 협력해서 고객의 복합적 니즈를 해결하는 거예요. 단순 자동 재주문(Danker가 “로봇 커머스”라 부르는 것)과는 달라요. 셀러 입장에서 준비할 건 상품 속성란에 “사용 상황”, “추천 대상”, “함께 쓰면 좋은 제품”을 채워넣는 거예요. 쿠팡이든 네이버든 빈 칸으로 남겨두는 속성이 많을수록 AI 추천에서 밀립니다.
구매 의도를 만드는 시대
검색창에 키워드를 치는 고객은 이미 뭘 살지 정해놨어요. 거기서 경쟁하면 가격과 광고비 싸움이에요. AI 대화에서 시작하는 고객은 아직 뭘 살지 몰라요. 거기서 이기는 건 맥락을 읽는 싸움이에요.
월마트가 보여준 숫자는 단순해요. 살 생각 없던 사람이 대화 끝에 산다. 이걸 어떻게 활용할지는 각자의 상품 데이터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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