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분석부터 시장 조사까지, AI에 시키면 정말 되냐고요? 됩니다. 다만 시키는 방법을 알아야 해요.
저는 스피겐에서 MD로 일하면서 매달 신제품 기획서를 써요. 시장 조사, 경쟁사 분석, 타겟 고객 정의, 가격 전략, 예상 마진 계산. 예전에는 이 과정에 최소 이틀이 걸렸어요. 지금은 AI 프롬프트 몇 개로 반나절이면 초안이 나와요.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기획 업무에 생성형 AI를 도입한 팀의 생산성이 40% 향상됐다고 해요. 저도 체감상 비슷해요. 중요한 건 AI가 기획을 대신 해주는 게 아니라, 기획의 재료를 빠르게 모아준다는 점이에요.
기획서의 뼈대 — AI가 채울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
상품 기획서는 보통 이런 구조예요:
- 시장 현황 및 트렌드
- 경쟁사/경쟁 제품 분석
- 타겟 고객 정의
- 제품 컨셉 및 차별점
- 가격 전략 및 마진 시뮬레이션
- 출시 일정 및 마케팅 계획
이 중 AI가 잘하는 건 1~3번이에요. 시장 데이터 수집, 경쟁사 정보 정리, 고객 세그먼트 초안 작성. 4~6번은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에요. AI가 만든 재료를 가지고 기획자가 방향을 잡는 거죠.
실전 프롬프트 — 기획서 단계별로 써보기
1단계: 시장 조사
프롬프트: “2026년 한국 무선 이어폰 시장 규모, 성장률, 주요 플레이어 3개, 최근 6개월 트렌드를 정리해줘. 출처가 있으면 함께 달아줘. 표 형식으로.”
이렇게 구체적으로 요청하면 시장 개요 초안이 5분 만에 나와요. 물론 AI가 준 데이터는 반드시 교차 검증해야 해요. 특히 시장 규모 숫자는 업계 리포트로 확인하는 게 필수.
2단계: 경쟁사 분석
프롬프트: “삼성 갤럭시 버즈3 프로, 애플 에어팟 프로 3, 소니 WF-1000XM6의 스펙, 가격, 주요 리뷰 포인트, 약점을 비교 분석해줘. 각 제품의 쿠팡/네이버 리뷰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불만 키워드도 포함해줘.”
경쟁사 분석은 AI가 가장 시간을 아껴주는 영역이에요. 예전에는 쿠팡, 네이버 리뷰를 하나하나 읽었는데, 지금은 리뷰 1000개를 AI에 던지면 3분이면 핵심 인사이트가 나와요.
3단계: 타겟 고객 페르소나
프롬프트: “3만원대 무선 이어폰을 사는 20~30대 직장인의 구매 동기, 사용 시나리오, 가격 민감도, 브랜드 선호도를 페르소나 형태로 만들어줘. 이름, 나이, 직업, 하루 일과 포함.”
페르소나가 나오면 팀원들과 논의할 때 “20대 후반 직장인”보다 “출퇴근길에 팟캐스트 듣는 28세 마케터 김지현”이 훨씬 구체적인 토론을 이끌어내요.
4단계: 차별화 포인트 브레인스토밍
프롬프트: “경쟁사 3개 제품의 공통 약점이 [배터리 수명, 통화 품질]이야. 이 약점을 해결하면서 3만원대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제품 컨셉을 5개 제안해줘. 각 컨셉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도 상/중/하로 평가해줘.”
AI가 제안한 5개 컨셉 중 현실적인 1~2개를 골라서 발전시키면 돼요. 여기서부터는 기획자의 감이 필요한 영역이에요.
프롬프트 작성의 핵심 — MD가 실수하는 포인트
기획자나 MD가 AI를 쓸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있어요.
“좋은 상품 기획서 써줘” — 이러면 AI는 교과서 같은 일반론을 줘요. 아무 쓸모없어요.
대신 이렇게 해야 해요:
- 역할을 줘요: “너는 10년 차 이커머스 MD야”
- 맥락을 줘요: “쿠팡에서 3만원대 무선 이어폰을 판매 중이고, 경쟁사 대비 가격이 20% 낮아”
- 제약 조건을 줘요: “마진율 35% 이상 유지, 3개월 안에 출시 가능한 스펙만”
- 결과물 형식을 줘요: “A4 2장 분량, 표 포함, 핵심 숫자 볼드 처리”
프롬프트 작성법 기초를 먼저 익히면 기획서뿐 아니라 모든 업무에서 AI 활용도가 올라가요.
실전 워크플로우 — 기획서 30분 완성 루틴
제가 실제로 쓰는 루틴을 공개할게요.
0~5분: AI에 시장 조사 프롬프트 입력, 결과 받는 동안 내부 매출 데이터 확인
5~10분: 경쟁사 분석 프롬프트 입력, 리뷰 분석 결과 확인
10~15분: 페르소나 생성, 차별화 포인트 브레인스토밍
15~25분: AI 결과물을 기반으로 기획서 초안 작성 (직접 쓰는 부분: 차별점, 가격 전략, 일정)
25~30분: 전체 흐름 점검, 숫자 교차 검증, 팀 슬랙에 공유
예전에 이틀 걸리던 걸 30분에 끝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정확히는 “초안 30분 + 검증/수정 2~3시간”이에요. 그래도 총 시간은 반 이상 줄었어요.
주의사항 — AI 기획서의 함정
AI가 만든 기획서 초안을 그대로 올리면 안 돼요. 제가 실제로 당한 케이스:
- AI가 알려준 시장 규모가 2년 전 데이터였음. 최신이라고 속았음
- 경쟁사 제품 스펙이 구형 모델 기준이었음. 신형이 나온 줄 몰랐음
- “마진율 40% 가능”이라고 했는데, 물류비를 빼먹었음
AI는 그럴듯하게 틀려요. 특히 숫자가 들어가는 부분은 100% 검증이 필요해요. 기획서에서 숫자가 틀리면 전체 신뢰가 무너지거든요.
마무리 — AI는 기획을 대체하지 않아요. 기획의 속도를 바꿔요
기획자의 핵심 역할은 “뭘 만들지” 결정하는 거예요. AI는 그 결정을 빠르게 내리도록 재료를 모아주는 도구예요.
마케터 AI 워크플로우처럼 기획자도 자기만의 AI 워크플로우를 만들어두면, 기획서 하나에 이틀씩 매달리는 일은 없어져요.
오늘 당장 하나 해보세요. 다음 기획서의 시장 조사 부분만 AI한테 시켜보는 거예요. 그 30분의 차이가, 다음 달 당신의 업무 방식을 바꿀 수도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