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전, 텔레그램 봇 하나를 만들었어요. 재고 알림용이었는데, 지금은 3개가 됐습니다. 각자 성격이 다르고, 역할도 다릅니다. 하나는 아이디어를 내고, 하나는 팩트체크를 하고, 하나는 둘 사이를 조율해요.
농담이 아니라 진짜입니다. 이 글에서는 텔레그램 봇 기반 AI 에이전트 시스템을 실제로 구축하고 운영하면서 배운 것들을 공유합니다.
왜 텔레그램이었나
슬랙도 있고, 디스코드도 있는데 왜 텔레그램이냐고요?
- 무료입니다. Bot API 호출 제한이 사실상 없어요. 슬랙은 무료 플랜에서 앱 10개 제한, 디스코드는 봇 인증 과정이 번거롭습니다.
- 모바일에서 즉시 확인됩니다. 푸시 알림이 빠르고, 이미지/파일 전송도 자연스러워요. 매출 차트를 받아보는 데 브라우저를 열 필요가 없습니다.
- 미니앱 생태계. 텔레그램 미니앱은 현재 5억 명이 쓰고 있어요. 봇에 웹 UI를 붙이고 싶으면 바로 가능합니다.
- 그룹챗에서 봇끼리 협업이 가능합니다. 이게 핵심이에요. 하나의 그룹에 봇 3개를 넣고, @멘션으로 역할을 나눠 호출할 수 있습니다.
3봇 시스템 구조
이름을 붙였습니다. 장고, 네오, 지니.
장고는 창의적인 역할이에요. 트렌드 리서치, 블로그 초안 작성, 새로운 프로모션 아이디어 제안을 합니다. “이번 주 쿠팡에서 뭐가 핫해?” 물어보면 알아서 뒤져서 정리해줍니다.
네오는 까칠합니다. 장고가 제안한 아이디어에 대해 “근거가 뭔데?”라고 물어보는 역할이에요. 데이터 검증, 매출 분석, 숫자 기반 판단을 담당합니다. BigQuery에 연결되어 있어서 실제 판매 데이터를 직접 조회해요.
지니는 조율자예요. 장고와 네오 사이에서 결론을 내리고, 최종 리포트를 만들고, 스케줄 관리를 합니다. 매일 아침 9시에 전일 매출 요약을 보내주는 것도 지니 역할입니다.
실제로 돌아가는 워크플로
매일 아침: 자동 브리핑
오전 9시, 지니가 BigQuery에서 전일 매출 데이터를 뽑아서 텔레그램으로 보내줍니다. matplotlib으로 차트를 그려서 이미지로 보내는 방식이에요. 코드로 보면 이렇게 단순합니다:
- BigQuery에 SQL 쿼리 실행
- 결과를 pandas DataFrame으로 변환
- matplotlib으로 바 차트 생성
- 텔레그램 bot.send_photo()로 전송
50줄도 안 되는 코드로 매일 아침 리포트를 받아봅니다. 이전에는 엑셀 열어서 피벗 돌리느라 30분 쓰던 시간이 0이 됐어요.
주간: 트렌드 리서치
매주 월요일, 장고가 자동으로 돌아갑니다. 네이버 쇼핑 API로 카테고리별 인기 키워드를 수집하고, 쿠팡 트렌드를 크롤링하고, Reddit FBA 커뮤니티에서 해외 트렌드를 정리해요.
결과물은 마크다운 파일로 공유 폴더에 저장됩니다. 네오가 이걸 읽고 “이 중에서 우리 카테고리랑 관련 있는 건 3개뿐이야”라고 필터링해줘요.
수시: 슬래시 명령어
급할 때는 직접 물어봅니다.
/재고— 현재 SKU별 재고 현황/매출— 오늘/이번주/이번달 매출/발주— 재발주 필요한 SKU 리스트
Google Chat 봇에도 같은 명령어를 구현해뒀는데, 텔레그램이 더 빠르고 모바일에서 편해서 텔레그램을 더 자주 쓰게 되더라고요.
구축하면서 배운 것들
1. 봇에 성격을 주면 결과물이 달라진다
처음에는 범용 봇 하나로 다 하려고 했어요. “리서치도 해, 분석도 해, 리포트도 써.” 결과물이 어중간했습니다. 하나가 다 잘하는 건 사람도 AI도 마찬가지로 어렵더라고요.
역할을 나누고 각각에게 명확한 지침을 주니까, 같은 Claude API를 쓰는데도 결과물 품질이 확 올라갔습니다. 장고에게는 “근거가 부족해도 일단 아이디어를 많이 내”라고 했고, 네오에게는 “숫자 없는 주장은 전부 걸러”라고 했어요.
2. 봇끼리 파일로 소통하는 게 가장 안정적이다
처음엔 봇끼리 텔레그램 메시지로 소통하게 하려고 했는데, 텔레그램 API가 봇→봇 메시지를 원천 차단합니다. 좋은 제약이에요. 무한 루프 걱정이 없거든요.
대신 공유 폴더에 마크다운 파일을 쓰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장고가 리서치 결과를 trend-research-2026-03-18.md로 저장하면, 네오가 읽고 검증 결과를 neo-review-2026-03-18.md로 저장해요. 비동기적이지만 확실하고, 이력도 남습니다.
3. 스케줄링은 cron보다 봇 내장이 편하다
시스템 crontab을 쓸 수도 있지만, 봇 자체에 스케줄 기능을 넣는 게 관리가 편합니다. “30분 후에 알려줘”, “매주 월요일 9시에 실행해줘” 같은 자연어 명령을 바로 처리할 수 있으니까요.
4. Google Workspace CLI가 게임체인저다
gws라는 CLI 도구를 쓰고 있어요. Drive, Sheets, Gmail, Calendar를 터미널에서 직접 조작합니다. 봇이 “어제 매출 시트에서 B열 데이터 가져와”를 실행할 때, GUI를 거치지 않고 바로 API 호출이 됩니다.
AI 에이전트한테는 GUI보다 CLI가 훨씬 효율적이에요. 최근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도 “AI 에이전트 시대의 CLI 르네상스”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직접 써보니 100% 동의합니다.
비용은 얼마나 드나
솔직하게 공개합니다.
- 텔레그램 Bot API: 무료
- 서버: 이미 쓰고 있는 리눅스 서버에 올림 (추가 비용 0원)
- BigQuery: 무료 티어 (월 1TB 쿼리, 10GB 저장)
- Claude API: 월 약 3~5만원 (Haiku 모델 기준, 토큰 절약 프록시 사용)
- Google Workspace API: 기존 구독에 포함
합치면 월 5만원 이하입니다. 매일 30분씩 절약되는 리포트 작성 시간만 계산해도 충분히 남는 장사예요.
시작하려면
거창하게 3봇 시스템부터 만들 필요 없어요. 이렇게 시작하세요:
- 텔레그램에서 @BotFather한테 봇 하나 만들기 (2분)
- python-telegram-bot 라이브러리 설치
- 매일 하는 반복 업무 하나를 자동화 (매출 조회, 재고 확인 등)
- 잘 돌아가면 역할을 나눠서 봇 추가
완벽한 시스템을 설계하려고 하면 영원히 시작 못 합니다. 일단 하나 만들고, 불편한 점을 고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확장돼요.
저도 그랬거든요.
Photo by Igor Omilaev on Unsplas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