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한 셀러가 여름 가전을 3,000대 발주했어요. 예년 데이터만 보고 넣은 물량이었죠. 그런데 장마가 예상보다 2주 일찍 끝났고, 700대가 창고에 남았어요. 역시즌 할인으로 겨우 소진했지만 마진율은 -8%였어요.
반대 상황도 흔해요. “이 정도면 되겠지” 싶어서 보수적으로 잡았는데, 입고 2주 만에 품절. 리뷰에 “배송 느림” 대신 “품절”이 달리기 시작하면 검색 순위까지 밀려요.
감(感) 발주의 한계
엑셀에 지난해 판매량 넣고 10% 올려서 발주하는 방식, 아직 많이 쓰이죠. 문제는 이 방식이 “작년과 올해가 비슷할 것”이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는 거예요. 날씨, 경쟁사 프로모션, SNS 바이럴 같은 변수는 반영이 안 돼요.
월마트는 AI 수요 예측 시스템을 도입한 뒤 품절률을 30% 줄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Shopify Enterprise 보고). 규모가 다르다고요? 맞아요. 그런데 핵심 원리는 같아요 — 과거 판매량에 외부 변수를 얹어서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거예요. 차이는 데이터 규모와 도구 비용뿐이에요.
AI 수요 예측이 보는 것
기존 방식이 “과거 판매량”만 보는 거라면, AI는 여러 신호를 동시에 읽어요.
내부 데이터: 일별 판매량, 반품률, 프로모션 이력, 재고 회전일수
외부 데이터: 날씨 예보, 검색 트렌드, 경쟁사 가격 변동, SNS 언급량
경쟁사가 갑자기 가격을 내리면 내 상품 수요도 바뀌어요. AI는 이 가격 변동 데이터를 수요 예측에 자동으로 반영해요. 가격 대응과 재고 관리가 따로 노는 게 아니라 한 파이프라인에서 돌아가는 거죠.
셀러가 지금 시작하는 방법
수요 예측이라고 하면 거창해 보이지만, 핵심은 “판매 데이터에 외부 변수를 얹는 것”이에요. 도구에 돈을 쓰기 전에 엑셀만으로도 첫 단계를 밟을 수 있어요.
1단계: 데이터 정리부터
최소 6개월치 일별 판매 데이터가 필요해요. 쿠팡 셀러라면 Wing > 판매현황에서 CSV 다운로드, 스마트스토어는 판매자센터 > 판매 통계에서 엑셀 추출, 자사몰(Cafe24/Shopify)은 주문 내역 CSV 내보내기를 쓰면 돼요. 날짜, SKU, 판매수량, 판매가 — 이 네 컬럼이면 출발점은 충분해요.
2단계: 외부 변수 하나만 추가
처음부터 날씨+트렌드+경쟁가를 전부 넣으려 하면 지쳐요. 내 상품에 가장 영향이 큰 변수 하나만 고르세요. 가장 쉬운 건 검색 트렌드예요. Google Trends(trends.google.co.kr)에서 상품 키워드를 검색하고, 우측 상단 다운로드 버튼으로 CSV를 받으세요. 날짜 기준으로 판매 데이터와 VLOOKUP으로 합치면 “검색량이 오르면 판매도 오르는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요. 계절 상품이라면 기상청 API(data.kma.go.kr)에서 일별 기온 데이터도 무료로 받을 수 있고요.
3단계: 예측 도구 선택
엑셀로 상관관계는 봤는데 자동화하고 싶다면, 도구를 붙일 차례예요. 진입장벽과 비용 순으로 정리하면:
- Google Sheets + Forecast 함수: 무료. FORECAST.ETS 함수로 시계열 예측 가능. 소규모 SKU에 적합
- Inventory Planner(Shopify 앱): 월 $99~. 판매 데이터 자동 연동, 발주량 추천까지
- 임팩티브AI 딥플로우: 기업 대상 견적제. ERP·WMS 연동, 국내 플랫폼 데이터 통합 지원
주간 리뷰 루틴 — 30분이면 충분
도구를 깔았다고 끝이 아니에요. 예측의 진짜 가치는 “틀렸을 때 빨리 잡는 것”에서 나와요.
월요일: 지난주 예측 수량과 실제 판매 수량을 비교해요. 오차가 ±30% 이상인 SKU를 스프레드시트에 빨간색으로 표시
수요일: 빨간 SKU의 원인을 파악해요. 고객 리뷰에서 수요 신호가 바뀌었는지, 경쟁사 가격이 움직였는지, 검색 트렌드가 급변했는지 확인
금요일: 다음 주 발주량 확정. 예측값 기준으로 안전 재고 15%를 더해서 발주
이 루틴을 4주만 돌리면 어떤 SKU에서 예측이 잘 맞고 어디서 빗나가는지 패턴이 보여요. 빗나가는 SKU에 외부 변수를 하나 더 추가하면 정확도가 올라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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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예측은 없다
솔직히 말하면, AI 수요 예측도 틀려요. 다만 “감”보다 일관되게 덜 틀려요. McKinsey에 따르면 AI 기반 공급망 관리를 도입한 기업들은 물류 비용을 15%, 재고 수준을 35% 개선했어요.
중요한 건 “맞추는 것”이 아니라 “틀렸을 때 빨리 아는 것”이에요. 예측 오차를 매주 체크하는 루틴이 예측 모델 자체보다 더 중요할 수 있어요. 감으로 3,000대 넣고 시즌 끝나고 후회하는 것보다, 데이터로 2,500대 넣고 중간에 500대 추가 발주하는 게 훨씬 안전하죠.
재고 관리는 결국 리스크를 쪼개는 게임이에요. AI는 그 리스크를 숫자로 쪼개주는 도구고요. 첫 단계는 거창하지 않아요 — Google Trends CSV 하나 받아서 내 판매 데이터 옆에 붙여보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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